그리고 10년 후인 1915년,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중력 이론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시공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강력한 중력은 빛이 지나가는 경로를 휘게 만든다. 이 이론은 타당성이 검증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919년 5월 29일,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상대성 이론의 옳고 그름을 검증하기 위해 개기일식 때를 기다려 별의 위치를 관측했는데, 이때의 관측으로 그는 태양 주변의 별의 위치가 태양의 중력에 의해서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에딩턴의 관측으로, 상대성 이론에 대한 과학계의 의구심은 사라졌으며, 아인슈타인이라는 물리학자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던 그 무렵의 일이다.
젊은 아인슈타인을 생각할 때면, 요즘 취업 걱정에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이렇게 어려울 때 정부에서 과학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대학의 연구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에게 아인슈타인과 같은 젊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졸업생을 대학 인턴 조교나 연구원으로 채용했던 ‘미취업 대졸생 지원 사업’의 부활도 고려해봤으면 좋겠다. 4대강에 돈을 쓸어 붓던 과거 정권이 그나마 잘한 일 하나가 있었는데, 그게 연구실 인턴 제도였다. 이 제도로 당시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정부 지원으로 연구실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젊은 친구들이 지금 중년이 되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중이다. 기초과학을 밑받침으로 하는 K방역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K방역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이 정권에서 미래의 과학적 토대를 위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정도 투자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안타깝다면 안타깝고 아쉽다면 아쉬운 현실이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June 26,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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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일자리[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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