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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여러달 걸릴 실험 며칠 만에 끝내는 '로봇 화학자'의 탄생 -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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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이번주 네이처 표지에는 로봇이 등장한다. 자동차 공장 등 산업현장에 널리 사용되는 팔 모양의 로봇이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 대신 화학약품이 담긴 플라스크를 들고 있다. 로봇이 있는 곳은 공장이 아니라 화학 실험실이다.

앤드루 쿠퍼 영국 리버풀대 화학과 교수팀은 상용화된 로봇에 알고리즘을 도입해 연구 및 산업 현장에서 인간 화학자와 비슷하게 화학 실험을 하도록 개조할 수 있음을 밝혀 9일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개조한 로봇은 사람이 수개월 동안 할 실험과 연구를 단 며칠 만에 끝내는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기존 로봇을 개조해 무게 400kg, 길이 1.7m의 이동형 화학 실험 로봇을 만들었다. 인공지능(AI)를 이용하는 자율 로봇에서 흔히 사용되는 카메라 비전 시스템 대신 레이저 스캐너와 촉감을 이용해 위치를 확인하는 센서를 채택해 어두운 곳에서도 혼자 위치와 자세를 바꾸며 일할 수 있게 했다.

이 로봇은 사람이 쓰던 똑같은 화학 실험실에서 사람과 똑같은 화학 실험도구를 이용해 자동화된 실험을 했다. 다루는 재료의 폭도 더 넓어져서, 기존의 자동화 장비가 주로 액체를 이용한 실험에 최적화된 것과 달리, 이 로봇은 고체와 액체 재료를 다 다룰 수 있었다. 또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21시간 이상을 연속으로 일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과정에 사용되는 유기물 광촉매의 효율을 개선하는 연구에 이 로봇을 이용했다. 로봇은 초등학교 교실 만한 실험실 안에서 혼자 8개의 실험대를 누비며 8일 동안 688차례의 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해 처음 화학실보다 수소를 만드는 능력이 6배 이상 뛰어난 새로운 구조의 유기물 광촉매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같은 작업을 사람이 하면 여러 달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퍼 교수는 “화학실험 장비를 자동화하는 것보다는 연구자를 자동화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며 “로봇은 기계가 아니라 능력이 뛰어난 또 한 명의 연구실 멤버로 다른 인간 연구자가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July 11, 2020 at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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