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몰랐던 별무리 209개, 발견자는 고등학생!
-‘음펨바 효과’를 세상에 알린 집념의 중학생
-‘데니스 홍’ 천하제일 말썽쟁이가 로봇공학자로
위대한 발견과 발명이 꼭 위대한 계획 아래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만유인력을 발견하게 해준 ‘뉴턴의 사과’처럼 생활 속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경험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특히 과학자들의 인생을 관통한 중대한 사건 중에는 10대 시절의 경험이 많다. 과학자를 꿈꾸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을 대개 10대에 만나며, 10대에 이미 위대한 발견과 발명을 하기도 한다. 모두 10대의 넘쳐나는 호기심 덕분이다.
-이 기사는 <나침반> 7월호 'Sci&Tech'에 4p분량으로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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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몰랐던 별무리 209개, 발견자는 고등학생!
2019년, 아무도 찾지 못했던 우리 은하계 내 성단(星團, 별무리)이 무려 209개나 새로 발견돼, 천문학계가 들뜬 흥분에 휩싸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새로운 성단을 찾아낸 논문의 저자가 전문 학자가 아닌 평범한 고3 학생들이었다는 점이다. 울산과학고 심규헌, 김승현 군이 그들이다.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두 학생은 학교에 제출할 R&D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KVN(한국우주전차관측망) 울산전파천문대를 찾았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별들의 고유운동을 이용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성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유럽우주기구에서 2013년 발사한 GAIA우주망원경으로부터 받은 공개 관측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성단 찾기에 흥미를 느낀 두 학생은 GAIA 자료를 바탕으로 별의 고유한 움직임을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논문의 주 저자인 심규헌 군의 파이썬 프로그래밍 능력이 뛰어났고, 학교에 고성능 컴퓨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구 결과 두 학생은 우리 태양으로부터 3300광년 내에 있는 산개성단을 체계적으로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발견한 성단은 수십 수백 개 별이 산만하게 모인 산개(散開)성단으로, 은하성단이라고도 한다. 탐사한 성단은 새로 발견한 209개를 포함해 총 664개에 이르며, 한국천문학회장을 지낸 부산대 안홍배 명예교수가 사실임을 검증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연구가 자신의 관심사에 천착한 자발적인 탐구의 여정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몇 차례 교수 자문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연구를 스스로 해냈다.
두 학생은 20세도 안 된 어린 나이에 의미 있는 발견을 해냈지만,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연구에 뛰어든 것이 아니었다.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여 시작한 것뿐이다. 과학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은 대개 이 같은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음펨바 효과’를 세상에 알린 집념의 중학생
탄자니아의 중학생 에라스토 음펨바는 학교에서 조리 수업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중이었다. 음펨바는 설탕을 푼 뜨거운 우유를 그대로 냉동고에 넣어두었다가 신기한 상황을 목격했다. 다른 친구들이 넣은 식은 우유보다 자신의 우유가 먼저 얼어 아이스크림이 돼 있었던 것이다.
호기심이 생긴 음펨바는 실험을 반복했고, 매번 같은 결과를 얻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렸지만, 선생님은 음펨바의 말을 무시하며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 1963년의 일이었다.
고등학생이 된 음펨바는 우연히 학교를 방문한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 교수에게 중학교 시절의 실험 이야기를 전했다. 오스본 교수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직접 실험에 들어갔고, 같은 결과를 얻었다.
오스본 교수는 1969년 물리학 학술지에 이 연구를 공개하면서, 연구결과에 발견자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음펨바 효과’이다. 음펨바 효과란 ‘냉각 조건이 같을 때, 높은 온도의 물이 낮은 온도의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 효과를 발견한 것은 음펨바가 최초는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로저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 등의 철학자들이 이 효과를 연구했다. 하지만 과학적인 접근이 아닌 철학적 사유의 소재로 봤다는 데에 그 한계가 있었다.
논문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음펨바 효과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음펨바 효과가 언제나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음펨바와 오스본 교수의 실험에서와 달리,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서는 그런 경향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어는 실험결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그 이유를 규명하려는 연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영국왕립화학회에서 상을 받은 논문에는 ‘차가운 물의 과냉각 현상’이 음펨바 효과의 원인이라고 돼 있다.
2013년에는 싱가포르 연구팀이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 분자의 수소결합 강도 차이가 음펨바 효과를 야기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다 201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인정해온 음펨바 효과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 뜨거운 물은 찬물보다 빨리 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의 난제 ‘음펨바 효과’를 둘러싼 논박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데니스 홍’ 천하제일 말썽쟁이가 로봇공학자로
데니스 홍(홍원서) 교수는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린다.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이자 로멜라 로봇연구소장인 그는 2011년 시각장애인 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해 인간 중심의 로봇공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 프로젝트의 주안점은 시각장애인이 그저 타기만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될 장치를 만들었다.
자동차가 GPS로 위치를 스스로 파악하면서 레이저로 차선과 장애물, 주위 자동차 정보를 수집한다. 이 정보는 자동차에 탑재된 컴퓨터로 모이고, 컴퓨터는 운전자가 낀 장갑과 좌석 등받이에 진동으로 약속된 신호를 보낸다.
운전자는 점자를 읽듯 진동 신호를 읽어 주행 정보를 파악한다. 여기에 맞춰 운전대를 조작하고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앞을 보지 않고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게 된다.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 운전자를 위해 터치패드 입체지도도 개발했다. 터치패드에 손바닥을 올려두면 지도 모양대로 공기가 나와 촉감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홍 교수는 어린 시절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로봇공학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로봇공학자가 되려면 과학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글씨를 떼기도 전인 서너 살 때부터 실험인지 말썽인지 모를 사고를 계속 치고 다녔다.
지렛대 원리를 실험한다며 거실 유리 탁자를 깨고, 땅 끝을 직접 확인하겠다며 자정을 넘겨가며 흙바닥을 팠다. 집안 가전제품은 아이의 손에 분해돼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로켓 실험을 하다 불을 낼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교수의 부모는 아이를 한 번도 혼내지 않았다. 이 모든 ‘말썽’이 아이가 호기심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덕분에 홍 교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른으로 자랐고, 인간을 돕는 로봇을 만드는 휴머니스트 공학자가 될 수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호기심을 키우고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사실 그것은 인류사에 남는 발명이나 발견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 모든 발명과 발견이 사소한 호기심에서 태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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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6, 2020 at 09:5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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