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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프로야구에서도 '권불십년'을 본다…'어우두'는 이미 과거 - 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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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석명 기자]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 코로나19라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2020시즌은 진행되고 있다.

무관중 경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리그가 조용히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올해 KBO리그 그라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팀 순위 경쟁부터가 역대급이다. 어느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할 것인지, 5강에 들어 포스트시즌에 갈 팀은 누구인지, 심지어 꼴찌팀 향방까지도 10월이 다 되도록 안갯속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개인 성적 면에서 국내 선수들이 다소 밀리고 있는 아쉬움은 있지만, 기존 베테랑 스타들 외에 구창모(NC 다이노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 위즈) 등 한국야구 투타의 주역으로 성장한 선수들과 소형준(kt 위즈) 홍창기(LG 트윈스) 등 신예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주목할 점은 판도 변화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무색하게 올 시즌은 전혀 새로운 판도가 펼쳐지고 있다. 제9, 제10 구단으로 리그에 뒤늦게 뛰어든 막내팀들 NC 다이노스와 kt 위즈가 각각 1위(이하 기록은 24일 현재), 공동3위에 올라 대권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 소리까지 듣던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5위로 처져 포스트시즌 탈락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을 아깝게 두산에 내줬던 SK 와이번스는 우승 후보에서 꼴찌 후보(9위)로 전락했다.

   
▲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 베어스.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사진=더팩트 제공

KBO 권력 지형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2020시즌이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의 1980년대는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 전신)가 지배했다. 타이거즈는 1983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처음 올랐고, 1986~89년 4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가했다. 

1990년대에는 여전히 타이거즈의 강세가 이어지긴 했지만(91, 93, 96, 97년 4차례 우승) LG 트윈스가 2차례(90, 94년) 우승을 맛보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또한 롯데 자이언츠(92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95년), 현대 유니콘스(98년), 한화 이글스(99년)가 한 번씩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군웅할거 시대를 보냈다.

2000년대 전반기는 현대 왕조의 전성기였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0, 03, 04년)을 차지했다.

현대 구단이 해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뒤 2000년대 후반에는 삼성 라이온즈(05, 06년)와 SK 와이번스(07, 08년)가 번갈아 대권을 차지하며 자웅을 겨뤘다.

2010년대는 삼성과 두산이 각각 장기 집권했다. 삼성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4차례나 정상 정복을 했다. 그 바통을 두산이 이어받았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누르고 새로운 왕조의 시작을 알린 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단골 멤버였고 3차례 우승했다.

최근 수 년간 왕조를 누리며 강자로 군림했던 팀들의 현주소가 어떤가. 두산은 올 시즌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는 것도 장담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2016년부터 성적이 수직 추락한 삼성은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고, 올해도 8위에 머물러 있다. SK는 아예 한화와 탈꼴찌 경쟁에 내몰려 있다. 

   
▲ 2010년대 중반까지 왕조시대를 구가했던 삼성은 5년 연속 가을야구 초청장을 못받을 신세가 됐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은 가지 못한다는 옛말이다. 각 팀들이 대권을 노리고 경쟁하는 프로야구판도 이런 옛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0년은커녕 5년도 정상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권불오년이라고 해야 할까.

잘 나가던 팀이 추락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근의 예로 삼성과 두산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모그룹의 막강한 지원을 받으며 명문팀의 지위를 이어온 삼성은 구단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투자 축소 등으로 살림살이를 줄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두산도 모그룹의 재정난으로 올해 구단 매각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와 외부적으로 흔들릴 일이 있었다.

하지만 구단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팀 성적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거액을 들여 좋은 선수를 불러모으고, 명망있는 감독을 영입한다고 해서 우승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전 숱한 실패 사례들이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예로 들면 부자 구단에 스타가 즐비한 뉴욕 양키스가 투자 대비 우승을 그렇게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 구단 수뇌부 등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해내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정상에 오를 확률이 가장 높아진다.

영원한 강자도 없고 영원한 권력도 없다는 평범한 진실, 비단 프로야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껏 몇 년밖에 지속되지 않을 권력을 잡았다고 자만에 빠지거나 제 것 챙기기에만 급급한 볼썽사나운 모습들을 우리는 과거에도 많이 봤고 지금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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