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만명 안 되는 울릉도서 주민 모두 사고 걱정
독도 찾은 방문객들도 함성 자제하며 슬픔 함께 해
독도 해역에선 밤낮없는 수색…3일 헬기 동체 인양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소방대원들과 의료원 직원들도 무거운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동료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것을 확인한 중앙119구조본부 소방대원들도 “황망하게 떠난 동료의 생전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실종자 가족 대기실
남겨진 실종자 가족들도 희소식만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6분쯤 독도 해역에서 헬기 추락사고가 일어난 직후 울릉 저동어업인복지회관 2층에는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차려졌다. 이곳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 상황에 대한 소식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사고 다음날인 1일 가족 28명이 대기실을 찾은 후 가족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지난 2일 헬기 동체 근처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부 가족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통곡하기도 했다.
인구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울릉도에선 어딜 가나 주민들은 헬기 추락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엔 별다른 사건이 없는 작은 섬에서 소방대원과 어민 7명이 독도 해역에서 동시에 실종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자 섬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저동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나도 그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느냐. 주민들이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도 인근에서 새우조업을 하는 박종현(49)씨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민이 이송 중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안타깝다. 사고 이후 수색활동에도 협조하고 있다. 조업 활동에 불편이 있지만 사람 생명이 더 중요한 일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독도 방문객들도 슬픔을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2일 오전 여객선을 타고 독도를 찾은 100여 명의 방문객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들고 독도에 갈 마음에 들떠 있었지만 마음 한 편에 사고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독도에 입도한 방문객들은 이날 함성 지르는 일을 자제했다.
해상선 밤낮없는 수색 작전...“기상악화 전 최대한 노력”
독도 주변으로는 사고 직후 해군의 청해진함과 양양함, 독도함 등 해군 함선과 해경 경비함정, 소방청 함정, 어선 등이 구역을 나눠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청해진함은 수중무인탐사기(ROV)와 포화잠수장비를 갖추고 있어 수중 수색을 도맡고 있다. 청해진함이 떠 있는 위치도 사고 헬기 동체가 발견된 지점 위 수면이다.
해상 수색은 밤낮 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 야간에는 수색당국은 청해진함의 수중수색과 함께 독도 남쪽 직경 약 54㎞를 9개 수색구역으로 나눠 해경함정 4척, 해군함정 5척, 관공선 3척, 어선 2척 등 총 14척이 수색을 실시했다.
중앙일보는 2일 오후 수색 지원을 맡고 있는 아시아 최대 상륙함 독도함에서 야간 수색 상황을 지켜봤다. 사방에 어둠이 깔려 있어야 할 시간에도 조명탄이 수면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해경항공기 2대와 공군항공기 2대가 조명탄 192발이 뿜는 불빛에 의지해 수면을 살폈다. 수평선에는 불을 밝힌 함선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9시쯤엔 독도함에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시신 2구에 대한 인양이 임박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윽고 오후 9시 14분쯤 청해진함이 시신 2구를 수습해 해경으로 인계했다. 시신 인양 후 잠시 중단됐던 수색과 인양 작업은 3일 오전 8시 2분쯤부터 재개됐다. 특히 이날 오후 기상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종자와 헬기 동체 유실을 막기 위해 인양속도를 높였다.
그런 가운데 3일 오후엔 헬기 동체 인양 작업이 완료됐다. 수색 당국은 이날 오후 2시 4분쯤 해군 청해진함이 소방헬기의 동체를 청해진함 갑판 위로 인양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양이 완료되면서 동체 내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울릉=김정석·심석용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2019-11-03 06:53:5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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