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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자공학 박사이자 돈가스집 사위 지은이
‘겉바속촉’에 숨겨진 비밀 과학으로 풀어내
튀김의 발견 임두원 지음/부키·1만4800원 튀김을 먹을 때면 오감이 활짝 열린다. 노르스름한 색깔(시각), 고소한 향(후각), ‘재료반 기름반’으로 완성된 특유의 기름진 맛(미각), 갓 나온 튀김의 뜨거움(촉각), 한 입 깨물면 바사삭하고 으깨지는 소리(청각)까지. 튀김이 선사하는 이 다채로운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 아마도 이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튀김을 끊지 못하는 것이리라. <�튀김의 발견> 지은이 임두원은 튀김이 주는 다섯가지 즐거움에 또 하나의 감각을 보탠다. 바로 ‘지각’이다. 고분자공학 박사이자 20년 전통 ‘돈카츠 전문점’ 사위인 그는 해박한 이론과 적지 않은 실무 경험을 살려 “튀김은 왜 맛있고, 인간은 왜 튀김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일본의 대표 튀김 요리 덴푸라. 튀김 옷이 얇고 유별나게 바삭한 게 특징인데, 이 바삭함은 ‘다공질 구조’에서 나온다. 부키 제공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의 줄임말)’. 지은이는 튀김의 매력을 이 한마디로 압축한다. 안과 밖의 이질감이 튀김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이 겉바속촉을 구현하려면 재료 공학, 화학 등이 동원된다. “물은 100℃에서 끓지만 대부분의 기름 종류는 200℃에서 끓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튀김은 170℃에서 조리하지요. 이 온도에서 기름은 끓지 않지만 물은 이미 기화되어 수증기로 변합니다. (…) 물은 자기 머리 위 기름층을 뚫고 위로 솟아오릅니다.”
이렇게 해서 ‘다공질’ 구조가 만들어지면 그 구멍으로 기름이 침투해 재료가 알맞게 익고 공기층 덕에 식감도 바삭해진다. ‘겉바’를 물과 기름의 끓는점 차이가 만들었다면 ‘속촉’은 밀가루 속 전분의 ‘호화반응’으로 완성된다. 튀김이 맛있으려면 튀기는 과정에서 “재료의 수분이 모두 빠져 딱딱해지거나 혹은 뜨거운 기름이 너무 많이 침투한 나머지 느끼해지지” 않아야 하는데, 기름으로부터 재료를 적절히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전분이 해준다는 것이다. “전분이 수분을 흡수하여 부피가 늘어나는 현상이 바로 호화반응입니다. 호화된 전분은 튀김옷의 겉에 넓은 피막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튀겨지는 과정에서 이 피막의 수분이 제거되면 보다 단단한 보호막이 됩니다.” 튀김 특유의 고소한 향과 노르스름한 빛깔은 ‘마이야르 반응’이 만든다. 식재료를 가열하면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당류가,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생성되는데 이 당류와 아미노산이 여러 반응을 거쳐 다양한 물질로 변환되는 현상이 마이야르 반응이다. 고온으로 조리하는 대다수 요리는 이 반응을 통해 독창적인 풍미를 만들어 낸다는 게 지은이의 설명이다. 튀김이 맛있는 것도 사실지만, 인간이 튀김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진화’하기도 했다. 채집 생활을 하며 곤충을 먹었던 영장류는 바삭한 식감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고, 튀김의 주재료인 기름 속 지방은 우리 몸 안에서 장기적으로 저장 가능한 에너지여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튀김에 손이 간다는 것이다. 책에는 일본의 덴푸라·돈가스, 영국의 피시앤칩스, 미국의 프라이드 치킨 같은 각 나라의 고유 튀김 요리와 그 요리가 탄생한 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한 소개도 있는데, 마치 재료와 밀가루를 붙여주는 달걀물처럼, 인문학과 과학을 ‘착붙’하는 지은이의 설명 솜씨가 맛깔스럽다. ‘읽고 나면 정말 신발도 튀겨보고 싶어질 것’이라는 박찬일 셰프의 추천사가 마냥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책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July 24, 2020 at 09:2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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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기면 '과학'도 맛있다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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