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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1897년 발표된 '공상과학' 소설의 원조… 인간성 잃은 과학 기술 경고해요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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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나를 투명하게 만든다면 마술을 능가하겠지. 나는 마음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불가시성이 인간에게 의미할 수 있는 모든 것 - 비밀, 힘, 자유를 상상했어. 바람직하지 못한 결점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지.”

여러분은 혹시 ‘투명인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투명인간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해 보지 않았나요? 소설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은 ‘공상과학(SF)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1866~1946)가 1897년 발표한 작품이에요. 사회비평가이기도 했던 웰스는 정치와 사회에 관련한 책들도 많이 발표했지만, ‘투명인간’을 비롯한 ‘타임머신’ ‘우주 전쟁’ ‘모로 박사의 섬’ 같은 과학 소설도 여러 편 발표했어요. 웰스가 ‘공상과학소설의 아버지’ 혹은 ‘공상과학소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이유랍니다.

작품 속 주인공인 가난한 과학자 그리핀은 어느 한겨울 괴이한 모습으로 조용한 시골 마을에 나타났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꽁꽁 천으로 싸맨 그는 넓은 모자 챙으로 얼굴마저 가리고 있어서 코끝만 겨우 보일 정도였어요. 색안경은 잠시도 벗지 않았고, 밥을 먹을 때도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있어서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리핀은 그가 묵고 있는 여인숙 방 바깥으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밤낮으로 과학 실험에만 몰두했습니다. 방에는 여러 실험도구들과 이상한 화학약품들이 가득했어요.

그리핀은 마침내 자신이 완성한 약을 마시고 투명인간으로 변해요. 투명인간으로 변했으니 이제 그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않았어요. 오랜 연구 때문에 가진 돈을 다 써버린 그리핀은 사제관에 침입해 도둑질부터 해요. 자신의 모습은 감출 수 있었지만 그의 ‘요란하게 재채기하는 소리’만큼은 숨길 수 없었죠. 게다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야 자기 모습이 보이지 않다보니, 그리핀은 한겨울에도 외투 하나 걸치고 못하고 추위에 떨며 돌아다녀야 했어요.

게다가 그리핀은 자신의 비밀 연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자신이 기거하던 여인숙에 불을 질렀어요. 사제관 절도 사건 때문에 도망 다니던 그는 한 가정집에 숨어들게 되는데, 대학 동창 켐프 박사의 집이었어요. 켐프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 그리핀은 자신의 힘으로 ‘공포 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협박까지 해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점점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리핀은 인간성을 잃고 무자비해지죠. 마침내 투명인간을 잡기 위한 사람들이 켐프 박사 집 주위를 에워쌉니다. 이제 그리핀 박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는 붙잡혀서 비극을 맞게 될까요, 아니면 도망쳐서 또 다른 포악을 저지르게 될까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무소불위의 ‘투명인간’이 돼도 결국 인간은 다양한 한계에 부딪히고 ‘괴물’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거예요. 과학기술은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인간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돼요. 허버트 조지 웰스는 지금보다 100년도 더 앞서서 그 사실을 깨닫고, 우리에게 이를 뀌띔해준 것입니다.




September 15, 2020 at 01:0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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