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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TALK] 분자만큼 얇은 나노급 방수필름 개발… 물·자외선만으로 ‘간단 제작’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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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2 06:00

러시아 연구진, ‘캘릭사린’ 분자로 1나노 두께 구현
"전자기기용 방수필름·분자 필터 소재로 활용 가능"
캘릭사린 분자의 꽃병 구조를 펼친 모습(왼쪽 위)과 이를 이용해 만든 방수필름(오른쪽 위)을 원자간력현미경(AFM)으로 관찰한 모습(아래)./유레칼러트(Eurekalert)
두께가 분자 1개의 지름에 불과한 방수필름이 개발됐다. 연구진은 주재료에 물과 자외선만을 써서 비교적 간단히 만들어냈다.

과학전문매체 유레칼러트(Eurekalert)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민족우호대(RUDN) 연구진은 ‘캘릭사린(calixarene·칼릭사렌)’이라는 분자들을 한층짜리 필름으로 만들고 내구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즈 투데이 커뮤니케이션(Materials Today Communications)’에 지난 6월 온라인 게재됐고, 오는 12월 오프라인으로도 출판된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생활용이나 산업용 방수필름들의 두께가 일반적으로 마이크로미터(μm·100만분의 1미터) 수준인 반면, 캘릭사린 필름의 두께는 0.8~1.5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다. 원자의 지름인 수 옹스트롬(Å·1Å은 0.1nm)보다 10배 정도 두꺼울 뿐이다.

10개의 탄소 고리로 이뤄진 캘릭사린. 바닥면(안쪽)에 있는 4개의 고리는 물과 섞이지 않는 소수성(疏水性), 옆면(바깥쪽)에 있는 6개의 고리는 물과 잘 섞이는 친수성(親水性)을 갖는다. 연구진은 이 특성을 통해 필름을 만들었다./머티리얼즈 투데이 커뮤니케이션(Materials Today Communications)
캘릭사린은 여러 개의 탄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결합된 탄화수소 화합물의 한 종류다. 현재 에틸렌과 같은 산업원료를 생산하기 위한 첨가제로 쓰이고 있다.

캘릭사린은 탄소로 이뤄진 육각형 고리들이 분자의 골격을 이루고 그 주변에 수소 원자들이 달라붙어있는 구조를 가진다. 고리의 수에 따라 종류가 세분화된다. 연구진이 사용한 캘릭사린은 고리가 총 10개짜리다.

이 분자 1개의 전체적인 모양은 꽃병처럼 생겼다. ‘캘릭사린(calixarene)’이란 이름의 ‘calix’는 컵이나 잔을 뜻하는 ‘chalice’에서 유래했다. 꽃병의 바닥면(안쪽)은 4개, 옆면(바깥쪽)은 6개의 고리로 이뤄져있다.

캘릭사린의 주요 특징은 물과 잘 섞이는 친수성(親水性)과 섞이지 않는 소수성(疏水性)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바닥면의 고리들은 친수성, 옆면의 고리들은 소수성을 갖는다. 연구진은 이 특징을 십분 활용해 필름을 제작했다.

우선 캘릭사린 물질을 물속에 넣는다. 분자들의 소수성 부분은 물과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친수성 부분은 수면 아래쪽을 향한다. 꽃병들이 뒤집힌 채 나란히 수면에 떠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위쪽은 소수성 부분, 아래쪽은 친수성 부분으로 고르게 정렬된 캘릭사린 층을 얻을 수 있다. 소수성 부분으로 이뤄진 면을 통해 방수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고르게 나열돼있는 낱개의 분자들일뿐 하나의 필름이 완성된 건 아니다. 연구진은 특수한 압축 도구를 이용해 분자들끼리 1차적으로 결합시켰다. 다음 단계로 자외선을 사용해 결합의 내구성을 높였다. 자외선은 적외선이나 가시광선에 비해 에너지가 강해서 캘릭사린 분자를 이루는 고리들의 결합을 끊을 수 있다.

결합이 끊겨 분해된 고리들은 주변의 다른 캘릭사린 분자들에 달라붙는다. 깨진 꽃병의 파편들이 주변의 다른 꽃병에 달라붙는 셈이다. 이를 통해 캘 릭사린 층을 이루는 분자들이 모두 연결됨으로써 하나의 얇은 필름이 완성된다.

연구진은 "전자기기의 방수필름이나, 원하는 분자를 크기별로 걸러내는 분자 필터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연구 단계인 만큼 이 필름의 상용화 추진 현황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면적화, 생산공정 구축, 방수규격 인증 등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eptember 12,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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