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노벨상 여성·소수 인종에 야박
과학, 남성·서구의 전유물 아냐
경력 단절, 고용 편중 개선해야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중력에 의해 휘어질 수 있으며 중력이 증가하면서 시공간의 휘어짐이 커진다고 생각했다. 중력의 크기가 어느 한계점을 지나게 되면 시공간은 더욱 휘어지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게 된다. 블랙홀에 대한 상상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블랙홀은 그저 SF소설의 상상물이었지만 2019년 블랙홀 관측에 성공하면서 관찰가능한 실제 현상이 되었다. 펜로즈와 겐첼 그리고 게즈는 우리 은하계 중심부의 블랙홀을 연구하면서 블랙홀 발견의 기반을 만들었다.

과학판도라상자 10/19
단연코 올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분야는 화학상일 것이다.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는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으로 알려진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화학상을 받았다. 크리스퍼는 박테리아의 유전체에서 특이하게 반복되는 부분이고, 이를 잘라내는 효소가 카스9이다. 이 유전체 편집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유전자 편집기술의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더욱 화학상이 관심을 끈 이유는 대한민국 과학자의 수상 가능성 때문이었다. 매년 우리는 홍역처럼 노벨상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해왔다. 한 국가의 기초과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노벨상을 바라보면서 그 열병의 온도는 더욱 뜨거워졌다. 물론 한국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은 과학계의 새로운 시작이고 기초과학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전환점이 될 것이다.
노벨상 희망열병이 지난 뒤 우리는 다른 문제와 마주한다. 올해 노벨상은 네 명의 여성 수상자를 배출했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노벨상은 유난히 여성이나 소수인종에게는 야박했다. 1901년 노벨상 수여가 시작된 후 여성 수상자의 비율은 겨우 6%에 불과했고 흑인의 비율은 2%를 넘지 못했다. 물론 자연과학이 주로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고 해도 현재 자연과학은 더 이상 서구사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벨상이 보여주는 다양성의 부족은 분명 과학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공대 여학생은 항상 소수자였다. 2018년에 자연·공학계열 입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은 29.3%에 불과하다. 그리고 연구분야의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여전히 경력단절과 고용의 편중 현상은 구조적 불균형을 강화하고 있다. 신입생의 불타는 자신감을 유지할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면 곧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와 같은 노벨상 수상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October 18, 2020 at 10:1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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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의 과학판도라상자] 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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