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는 ‘마스크 쇼다운(Showdown)’이라는 말이 생겼다. 풀어쓰자면 ‘마스크를 둘러싼 승부’ 정도 되겠다. 하지만 희소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쟁탈전이 아니라, 마스크를 쓰게 하려는 자와 안 쓰려는 자 간의 승부다.
지난달 월마트가 매장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뒤 살벌한 승부가 종종 뉴스에 나온다.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직원을 폭행하고, 계산을 거부당하자 카트에 넣었던 상품을 신경질적으로 밖으로 집어 던지는 식이다. 마스크 쇼다운은 비행기 안에서도 벌어진다. 마스크를 주겠다 해도 착용을 끝까지 거부하는 승객 때문에 회항하는 일까지 생긴다. 지난 7일 델타항공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승객이 100명이 넘는다며 앞으로 자사 항공을 못 타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대선의 민주당 대통령·부통령 후보인 바이든-해리스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고 정부에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마스크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문제는 더 꼬이는 모습이다. “미국에 확진자가 많은 건 검사를 많이 해서”란 틀린 주장도 여전히 내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21세기의 미국이 17세기 이탈리아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하다 종교재판을 받은 때처럼 정치와 과학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도 “집회 나오면 걸린 코로나도 낫는다”던 전광훈 목사가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백 명 확진자가 나온 사랑제일교회에선 “우리만 검사를 많이 해서 그렇다”며, 많이 들어 본 정치적 음모론을 주장한다. 어디든 정치가 과학의 영역에 끼어들면 답이 안 나온다. 4세기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도 그렇다.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August 22, 2020 at 10:0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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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과학이 정치를 만났을 때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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