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카이스트 총장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심정이 다가왔다.
필자와 고교, 대학,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였던 그를 너무도 잘 알기에 그가 어떤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였기에 이번 결과는 예측된 것이었다. 과학계에서 오래 연구에 매진하고 과학계에 공헌한 각종 연구소의 소장이나 원장들, 그리고 일부 과기대 총장들이 이번 정부 들어 여러 명 사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과학계가 정치에 휘둘려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권교체에 따른 ‘기관장 찍어내기’ 논란은 사실상 진보,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오랫동안 자행되어온 아주 나쁜 관행이다. 백보 양보하여 정치, 안보, 경제 계통의 연구소의 수장들은 정권이 바뀌면 갈릴 수 있다고 하여도, 과학계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과학은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해야 하며 국가의 미래와 먹거리가 과학의 발전에 의해 좌우되는데,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왔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나 정치권에 줄을 댄 과기계 인사가 점령군처럼 과기계의 수장으로 부임해 오는 것이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왔다. 따라서 기존의 수장들을 사임시키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통해 흠집을 잡아내려는 과정이 전통처럼 자리잡았다.
이번 경우도 과기부는 무리한 감사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 있는 로렌스버클리연구소(LBNL) 장비 사용을 위해 진행한 용역 계약이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KAIST 이사회는 신성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안건을 유보시켜 과기부의 주장을 유보시켰다. 이에 반발한 LBNL은 “연구비의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서한을 보내왔고,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도 이를 보도했다. 또한 800여 명의 국내외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과기부의 처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확대해 나갔었다. 당시 LBNL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것에 당황해 하고 있다. 다만 세계적 연구기관으로서 예산의 집행에 아무런 하자가 없고 어떠한 의혹도 없다는 발표를 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LBNL과 연구협력을 하고 있고, 미국의 여러 대학, 연구기관들과 연구 협약을 맺고 있다. LBNL은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이후 한국대학들의 LBNL과의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세계적 연구기관에 한국정부가 창피를 당한 모양새이고 결국 한국과학계의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다. 과학자, 연구자를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세계 역사를 보면 과학자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가 선진국이 되었고 발전의 선봉에 서 있었다. 이제 한국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의 과학계의 수장들을 몰아내고 무리한 감사를 통해 사임케 하는 나쁜 전통은 이제 더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정부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모토를 내세웠다.
이 모토가 제발 과학계에 대하여는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August 06, 2020 at 05:39PM
https://ift.tt/3a3hpSf
정치와 과학 - 경북매일신문
https://ift.tt/2YvWrWy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정치와 과학 - 경북매일신문"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