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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메갈로돈의 습격? 유튜브에 과학팔이 동영상 판친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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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가짜 과학 정보 논란

초식 공룡 트리케라톱스가 육식도 했을 가능성을 주장한 유튜브 동영상(위)과 몸길이 최대 18m에 이르는, 멸종된 상어 메갈로돈이 최근 백상아리를 사냥했다는 시나리오를 제기한 콘텐트.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래픽=최종윤]

초식 공룡 트리케라톱스가 육식도 했을 가능성을 주장한 유튜브 동영상(위)과 몸길이 최대 18m에 이르는, 멸종된 상어 메갈로돈이 최근 백상아리를 사냥했다는 시나리오를 제기한 콘텐트.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래픽=최종윤]

단순한 착각이나 오류? 아니면 과학을 빙자해 조회 수를 올리려는 조작?
 

과학인 듯 포장해 호기심 자극
조회 수 올려 광고 돈벌이 활용
오류투성이에 근거 없는 내용
“청소년에 그릇된 정보” 부작용

유튜브에 ‘과학팔이’ 동영상이 넘친다. 과학인 것처럼 포장해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파헤쳐보면 오류투성이거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때론 ‘픽션’이면서도 ‘다큐멘터리’라고 내세운다. 소재는 대체로 우주·심해·공룡·동물 등 어린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내용이다. 공상과학(SF) 영화의 일부 장면 등을 편집해 넣어서는 수십만 건 조회 수를 올리며 광고 수입을 얻고 있다.
  
트리케라톱스가 육식 공룡?
 
지난해 말 유튜브에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뿔 초식 공룡 트리케라톱스 다큐멘터리 사실은 고기를 먹는 육식 공룡이었다’라는 긴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국내 유튜브 채널이 만든 동영상이다. 트리케라톱스는 공룡 영화에 거의 빼놓지 않고 출연하는 대표적인 초식 공룡이다. 그런데 이게 육식 공룡이라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근거를 댔다. ▶방패 모양의 목 둘레 뼈(프릴)에서 동물 단백질 조직이 발견됐고 ▶이빨이 씹는 것보다 자르기에 알맞은 구조이며 ▶다른 몇몇 초식 공룡처럼 위석(위장 속에서 음식물을 짓찧어 소화를 돕는 돌)을 삼키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제목과 달리 동영상 내에서는 트리케라톱스가 육식이라고 하지 않았다. “잡식 동물의 이미지”라며 “기회가 된다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을 마다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동영상은 조회 수 20만5000건을 기록했다.
 
논리는 얼핏 그럴듯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유튜버와 얽히고 싶지 않다”며 익명을 요구한 K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빨이 가위처럼 엇갈려 자르기 좋은 구조인 것은 맞다. 육식이 아니라 질긴 나뭇잎을 잘게 자르기 위해서다. 위석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이빨이 이렇게 발달하면 위장에서 소화를 도와주는 위석이 필요 없다. 실제 뿔 공룡 중에 위석이 발견된 것은 진화하기 전의 원시 스티라코사우르스 정도다.”
 
지질박물관 이항재 선임연구원은 “프릴에서 동물 단백질이 나왔다는데, 도대체 출처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단백질이 나왔더라도 트리케라톱스 자신의 조직일 수도 있다. 육식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유튜브에서 흥미 위주의 잘못된 정보가 검증 없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용의 정확한 출처와 근거를 밝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 6월 올라온 ‘거대한 백상아리가 심해에서 정체 모를 괴물에게 잡아먹혔다 바다 최강의 생물을 잡아먹은 괴물의 정체는’이란 동영상(조회 51만8000건)은 실제 2014년에 일어난 일을 소재로 했다. 호주 앞바다에서 연구용 감지장치를 붙였던 백상아리가 사라진 사건이다. 동영상은 “상어의 체온이 섭씨 9도에서 25도 정도로 급속하게 상승했다. 뭔가에 잡아먹힌 것 같다. 도망치면서 급격히 체온이 올라갔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60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거대 상어 ‘메갈로돈’에 잡아먹혔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더 큰 백상아리가 범인일 가능성이 크지만, 본 사람이 없고 증거도 없는 만큼 심해의 어떤 괴물이 나타나 잡아먹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군산대 해양생명응용과학부 최윤 교수는 “백상아리의 체온이 변하는 건 맞지만 대체로 수온보다 10도 이상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며 “체온이 9도였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영상이 소재로 삼은 백상아리 실종 사건은 2014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보도했다. 내용은 동영상과 달랐다. 체온이 아니라 백상아리 주변 환경의 온도가 9도에서 25도 정도로 상승했다. 연구진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다른 백상아리에게 잡아먹혔다”고 추정했다. 온도 변화에 대해서는 “먹히기 전에 헤엄치던 주변 수온이 9도였고, 잡아먹은 백상아리의 위장 속 온도가 25도였다”라고 해석했다.
 
고의인지 아닌지, 국내 유튜브 동영상은 ‘주변 온도’를 ‘체온’이라고 했다. 동영상은 초반부에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해당 분야 정보를 조사·정리했다. 본의 아니게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말 믿기 힘든 우주의 물체 8선’(조회 17만9000건) 동영상은 ‘극초신성’을 이렇게 소개했다. “유성은 모두 알 것이다. 유성 중에도 별이 있어서 이를 ‘극초신성’이라고 부른다. 극초신성은 시속 100만㎞로 우주를 이동한다. 매우 빨라 은하에서 다른 은하로 간단히 이동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오류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이서구 연구원은 “극초신성은 유성과 전혀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체급부터 다르다. 유성은 모래알 내지 주먹 크기 정도의 천체가 지구 대기와 마찰하며 빛을 내는 것이다. 반면 극초신성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항성이 일시에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폭발하는 현상이다.
 
극초신성이 ‘은하에서 다른 은하로 간단히 이동한다’는 것 또한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은하계 안에서 극초신성이 공전하며 빠르게 움직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은하 내부에 머문다. 지구·화성 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도 태양계를 벗어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구의 공전 속도만 해도 시속 10만㎞가 넘는다. 이서구 연구원은 “일부 초신성이 은하를 벗어나는 탈출속도 이상으로 움직일 수는 있다”면서도 “초신성이 모두 그런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본지는 오류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공룡·상어·우주 동영상 제작자에게 e-메일을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규제보다 좋은 콘텐트 생산 장려를”
 
유튜브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출생)의 60%는 뭔가를 배울 때 책보다 유튜브를 선호한다. 오류투성이에 엉터리이기까지 한 유튜브 과학 동영상이 학생들에게 그릇된 과학 지식을 심을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김찬종 한국과학교육학회장(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은 “잘못된 과학 개념은 학습을 방해한다. 오개념 때문에 시험에 틀린 뒤 과학을 원망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비과학적인 동영상을 음란·폭력물처럼 규제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부터가 비과학적인지 명료하게 선을 긋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한국현장과학교육학회 정대홍 편집위원장(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은 “전문가들이 좋은 과학 콘텐트를 만들도록 장려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과학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콘텐트가 많아지면 과학팔이 동영상이 쫓겨난다는 것이다.
 
‘백신 유해론’도 유튜브 통해 퍼졌다
어처구니없는 과학 동영상이 횡행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대중과학잡지 『포퓰러 사이언스』는 “유튜브 과학 동영상에 사기(scams)와 표절, 거짓 정보가 넘친다”고 했다. “유튜브가 가짜 과학(fake science)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과학적 호기심을 이용해 엉터리 과학 콘텐트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이 많다는 지적이었다.
 
유튜브는 한때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설을 퍼뜨리는 매개체로 지탄받았다. 논리는 이런 식이다. “찻잔의 물 표면은 평평하다. 욕조도 그렇다. 호수를 봐도 평평하다. 그런데 바다 표면만 굽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유튜브를 통해 ‘백신은 해롭다’ 주장이 번지기도 했다. 유튜브는 결국 백신 유해론 콘텐트에 광고를 붙일 수 없도록 조처했다.
 
가짜 과학에 기댄 가짜 뉴스 또한 유튜브를 통해 퍼진다. 한때 5G 전자기파가 인체에 해롭다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나돌았다. 뇌암·치매·불임과 심장 종양 등을 일으킨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이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NYT는 5G 전파 유해설이 “미국인을 불안케 하려는 러시아의 공작”이라고 분석했다.
 
잠잠한가 싶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하며 유해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5G 전파 때문에 사람들이 숨진 것을 숨기려고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가짜뉴스가 유튜브에 퍼졌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5G 통신시설 수십 곳에 불을 지르는 일이 일어났다.
 
권혁주 논설위원 



August 26, 2020 at 10:2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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